채무 초과 상태서 대출 돌려 막기…대법 "사해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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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2-02-0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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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의료기관이 채무 초과 상태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를 담보로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기존에 갖고 있던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면 사해행위(詐害行爲)라는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채권자 A씨가 B금융기관을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 2015년 9월 한방병원을 운영하던 C씨는 B금융기관에서 '메디칼론'으로 1억원을 대출받았다. 자신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을 요양급여채권 30억원을 양도하기로 한 채권양도계약이 대출 담보였다.

이후 건강보험공단은 약 3년간 C씨에게 6억3000여만원을 지급했고, B금융기관은 해당 비용을 대출금 상환에 사용한 뒤 C씨에게 반환했다.

하지만 당시 C씨가 운영하던 한방병원은 채무초과 상태였고, 2014년 A씨 등에게 15억3000만원의 채무를 2016년까지 분할 지급한다는 공정증서를 작성한 상태였다.

이에 A씨는 병원이 자신에게는 2억7000여만원만 변제한 상태에서 다른 채권자에게 건보공단 보험급여비용을 채권으로 회수하게 해준 것은 사해행위라며 소송을 냈다.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고의로 재산을 줄여서 채권자가 충분한 변제를 받지 못하게 하는 행위이다.

1·2심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한방병원과 B금융기관 사이에 체결된 6억3000여만원짜리 채권양도양수계약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2심은 "한방병원이 피고와 맺은 채권양도계약은 채무 초과 상태를 더 심화시키고 피고에게만 다른 채권자에 우선해 채권을 회수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A씨를 비롯한 일반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고, 병원의 사해의사는 인정되며 수익자인 피고의 악의는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의료기관이 금융기관 대출을 받으면서 현재 또는 장래의 요양급여채권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담보로 제공한 행위는 신규 자금의 유입을 통해 영업을 계속해 변제능력을 향상하는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방법의 담보 제공도 다른 채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것이라면 사해행위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채무 초과 상태에서 실행한 대출이 신규 자금 유입이 아닌 기존 채무의 변제에 사용되거나 담보로 제공된 요양급여채권이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어서 상당 기간 다른 채권자들이 요양급여채권을 통한 채권 만족이 어려워진 경우에는 이런 담보 제공이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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